*예술

2010. 11. 20. 19:23 from St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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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마 전에 본 TV 프로그램은 케익 경연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에 관한 것이었다.
누가 얼마나 예쁘게 케익을 만드느냐에 관한 대회에서 우승하려고 다들 노력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들은 모두 케익을 만들 수 있었다.
반죽을 하여 케익을 만드는 것 자체는 내가 보기에도 어려운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러니 전문가인 그 사람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 사람들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고심하고 있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바로 장식 때문이었다.
 
케익을 예쁘게 장식하는 것, 즉 데코레이션이다.
그런데 이 데코레이션은 기술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단지 예쁘게 장식하는 것만으로는 경연 대회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었다.
아주 독창적인 컨셉(concept)으로 시대와 문화를 담아낸 장식이 필요한 것이었다.
 
물론 기본적인 장식 기술이 없다면 그런 컨셉을 담아낼 수 없으므로, 기술도 필요하다.
거기에 출연한 사람들은 모두 장식 기술은 기본적으로 갖춘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얼마나 독창적이고 세련된 컨셉을 담아내느냐가 관건이었다.
 
프로그래밍은 어찌 보면 케익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누구나 반죽을 할 수 있고, 누구나 빵을 구워낼 수 있고, 경력을 가진 프로그래머라면 누구나 장식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에 철학이 담긴 디자인 컨셉으로 혼을 불어넣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기능자도 많고, 기술자도 많되 예술가는 드문 것이다.
프로그래머는 기능자나 기술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 정도 수준에 머무는 프로그래머가 만든 프로그램이 잘 팔려나갈리 없다.
거대한 시스템의 일부 부품으로 묻혀서 판매될 수는 있다.
그러나 부품 하나에도 예술혼을 담는 장인이 되어야 고객으로부터 호평받을 수 있다.
장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시 경연 대회에 참여한 제빵사들은 독특한 장식을 고안하기 위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부지런히 드나들었다.
 
제빵사와 박물관이라.
무엇인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결국 경연 대회에서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본 디자인을 응용한 사람들이 우수한 성적으로 입선하였다.
 
프로그래머들도 그런 제빵사를 닮아야 한다.
프로그래밍이라는 기술에 집착하지 말고, 시야를 넓혀 프로그래밍 이외의 분야에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
역사, 철학, 미술, 음악 등에 프로그래밍에 필요한 무궁 무진한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진정한 예술혼을 발휘하는 장인에게는 철학이 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있다.
우리 프로그래머들도 이런 눈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그 눈으로 받아들인 정보를 소화하여 자신의 혼으로 만들어 프로그램에 불어 넣어야 한다.

2010년 11월 20일 18시 45분 52초

Posted by Mr.Mart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