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만든 세계적인 명차로 마이바흐가 있다.
왠만한 부자라도 쉽게 구입하기 힘들 정도로 고가인데다가, 1년에 1,500대 정도만 완전한 수작업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구하기도 힘든 차다.
굉장한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마이바흐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마이바흐의 전통, 명예, 가치, 품격, 희소성 등을 구입하는 것이다.
이것은 예술품에서 느껴지는 가치와 비슷하다.
마이바흐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자동차가 아니라, 최고의 장인들에 의해서 다듬어지고 엮어져 나오는 예술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은 예술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나 마이바흐나 둘 다 철로 만든 기계 장치다.
두 자동차를 완전히 녹여서 철 값을 환산해 본다면 마이바흐나 다른 자동차나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마이바흐에 사용된 부품들 중에 철로 만들어지지 않은 부품들도 기실 마이바흐의 가격에 크게 반영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마이바흐는 그렇게 비싸면서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을 만들어 내는가?
이유는 단 하나 '품질' 이다.
자동차의 스타일에서부터 사용된 부품 하나 하나에 최고의 장인들의 정신이 품질로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 뛰어난 품질은 예술로 승화되어 나타난다.
나는 여기서 마이바흐를 선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럴 이유도 없다.
다만, 내가 학생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품질'을 예술로 승화시킬 정도의 프로그램을 작성하자는 것이다.
마이바흐를 제작하는 장인들처럼, 프로그래머들은 자신만의 마이바흐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일해 보자는 것이다.
코드는 단순하다.
수만 줄의 코드라도 품질이 조악하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러나 정제되고 효율성이 있고 안정된 수 백 줄의 코드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프로그래머들은 '쟁이' 이다.
그러나 '쟁이'에 그쳐서는 안 되고, '장인'이 되어야 한다.
기술자에 그쳐서는 안 되고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
청자를 만든 도공처럼, 자기를 굽는 것이 아니라 예술품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지녀야 한다.
나는 이것을 '프로그래밍 예술' 이라고 부르고 싶다.
백남준에게 '비디오 아트'가 있었다면, 우리에게는 '프로그램 아트(Program Art)'가 있다.
잘 만들어진 코드는 예술품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우리의 입에서 감탄사를 제조해 내게 한다.
이제부터 '프로그램 예술'을 해 보라.
자신의 프로그램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켜 보자.
'부르는 게 값'이 되게 하자.
기왕에 마이바흐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것을 예로 들어서 한가지 더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마이바흐를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강인들과 자동차 공장에서 조립하는 조립공들 또는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부품을 생산해 내는 기계공들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두 부류의 사람들은 모두 자동차를 생산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는 최고의 명예와 대우를 받고 있고, 후자는 '그저 그런' 노동의 대가와 대우를 받고 있다.
앞으로 콤포넌트 기반 프로그래밍이라든가 하는 소프트웨어 대량 기술이 더욱 보급될 것이다.
소프트웨어 업체가 제조업체처럼 완전 대량 생산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어느 정도 선까지는 대량 생산에 근접해 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그래머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것이다.
프로그래머들의 수는 많아지지만 대우는 낮춰질 것이다.
자동차 산업을 생각해 보면 그런 추세가 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누구나 쉽게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게 되므로, 예전만큼 프로그래머가 대접받지는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바흐를 제작해 내는 장인과 같은 사람들은 여전히 필요하게 될 것이다.
대량 생산 시대에도 장인은 필요한 것이다.
콤포넌트 기반 프로그래밍 등으로 소프트웨어를 쉽게 대량으로 제작해 낼 수 있다고 해도, 여전히 예술적인 경지의 프로그램 작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장인은 필요한 것이다.
이미 소프트웨어는 대량 생산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완전한 대량 생산은 불가능하겠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대량 생산 체제로 변화될 것이다.
그러므로 프로그래머들은 지금부터 자신의 실력을 장인의 수준으로 높여갈 준비를 해야 한다.
'이 분야에서만큼은 그 사람만 있으면 돼'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한 분야를 정하여 최고의 권위자가 되어야 한다.
조립공 수준의 프로그래머는 5년차 경력자라도 지금 시점에서 연봉이 1,500만 원에서 2,5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회사마다 급여 수준의 차이가 많이 나므로 이것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왠만한 중견 기업이 이 정도 수준이다.
벤처 기업에서 근무하는 장인 수준의 프로그래머는 연봉 4,000만 원에서 7,000만 원 정도를 받는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어떤 사람은 연소득이 1억 원이 넘는다.
내가 업계 종사자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앞으로 이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2010년 10월 23일 18시 54분 43초